Pet Shop Boys: 현대 팝스타들은 자신들의 연애사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번역)
원문: Pet Shop Boys: Modern pop stars have to talk about their love lives — but we don’t —The Times(2017.7.26)
닐 테넌트와 크리스 로는 35년간 음악 활동을 펼쳐온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며, 오직 노래 속에만 사생활의 진실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by Ed Motton
영국 남동부 어딘가의 후텁지근하고 미로 같은 리허설 공간 깊숙한 곳에서, 영국 최고의 성공을 거둔 팝 듀오(전 세계 음반 판매량 5천만 장)는 유쾌한 분위기를 뽐내고 있었다. 펫 숍 보이스, 즉 닐 테넌트와 크리스 로(앤트와 덱, 길버트와 조지처럼 항상 이 순서로 불린다)는 둘 다 삭발한 머리에 온통 검은 옷을 입고 더위 속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더운 것 말고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늙었죠," 로(57세)가 말했다.
"자네는 안 늙었어!" 테넌트가 말했다.
"닐이 며칠 전에 그러던데, 자기는 이제 '젊은 노인'이래요." (테넌트는 63세이다.)
"음, 그런 것 같아," 테넌트가 대답했다.
"반면에 저는 아직 '늙은 젊은이'고요," 로가 말했다.
"저는 아직도 아이 같아요," 로가 덧붙였다. "심술궂은 아이요."
그럼 테넌트는 더 이상 그렇게 행동할 수 없다는 건가?
"그는 원체 그런 적 없어요," 로가 말했다. "늘 진지한 사람이었죠."
진지하냐고? 완전히 그렇지는 않지만, 보컬인 테넌트는 이 듀오에서 확실히 더 어른스러운 쪽으로, 노르웨이의 도시 베르겐의 매력부터 빈 국립 오페라 극장 공연의 어려움("레이저 때문에 크게 다퉜죠")까지, 테넌트가 음악 활동 전에 《Dairy Book of Home Management》[주: 영국 낙농 홍보 위원회에서 출간한 가정 관리 지침서]를 편집했던 이야기, 그리고 1984년 그들의 데뷔 싱글 "West End Girls"가 왜 힙합처럼 들렸는지("영국식 억양의 Grandmaster Flash")에 대한 이야기까지, 흥미롭게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키보디스트 로는 예고된 대로 문제아 동생 역할을 하며, 종종 테넌트의 말을 가로채거나, 형편없는 리얼리티 TV 쇼인 《The Real Housewives of Beverly Hills》에 대한 애정 같은 주제로 퉁명스럽게 화제를 돌리곤 했다.
"매번 똑같아요," 그는 놀라워하며 말했다. "다들 차려입고 파티에 가서 술 마시고 싸우다가, 리무진 타고 돌아오는 길에 뒷담화나 하고요."
펫 샵 보이즈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즐거웠지만, 그들이 장난스럽게 일깨워 주듯, 우리가 이 자리에 온 이유는 그들의 모든 앨범을 재발매하는 프로젝트, '카탈로그'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카탈로그' 프로젝트는 《Nightlife》(1999), 《Release》(2002), 그리고 《Fundamental》(2006)을 시작으로 진행된다.
"저는 항상 그 앨범들이 얼마나 좋은지 놀라요." 테넌트는 특유의 퇴폐적일 정도로 길게 늘이는 발음으로 말했다. "앨범을 만들 때는 완성될 때쯤에는 질리게 되거든요. 펫 숍 보이스의 수많은 버전들이 있고, 우리는 각 앨범을 위해 그것들을 편집해서 하나로 만들죠."
《Fundamental》은 종종 그들의 앨범 중 가장 노골적인 정치적 색채를 띤 앨범, 즉 테넌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테러 전쟁 시대의 영국과 세계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는 곧바로 정정했다. "테러와의 전쟁(War on Terror)이죠. '테러 전쟁(War of Terror)'이라고 말한 건 영화 '보랏'이었죠, 맞나요? '당신의 테러 전쟁을 존경합니다(We admire your War of Terror.)'라고요."
어떤 평론가는 《Fundamental》의 수록곡 중 신분증(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낡은 이야기인가)에 대한 노래인 "Integral"을 듣고 테넌트가 화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네, 아마 여러 가지 일에 꽤 화가 났었을 거예요." 그가 답한다. 같은 앨범의 또 다른 곡인 "I'm With Stupid"는 토니 블레어와 조지 W. 부시의 친밀한 관계에 대한 노래였으며, 앨범은 2005년 이란에서 교수형에 처해진 두 명의 십대 동성애자에게 헌정되었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떨까? 도널드 트럼프와 브렉시트 시대가 그들에게 창작의 영감을 주었을까? 테넌트는 최근 "I'm With Stupid"가 테레사 메이와 미국 대통령을 빗대어 쉽게 각색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현재 벌어지는 일들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데에는 다소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고 충격적이라, 창작의 영역을 넘어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과거의 향수를 멀리한다고 공언해 온 그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음반은 주제와 음악 면에서 반짝이는 타임캡슐과 같다. "가끔 현대 팝 음반 스타일을 그대로 차용해 그 작동 방식을 살펴보곤 하죠." 테넌트의 말이다. 오랜 시간 동안 그들은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힙합, 디스코, 하우스, 심지어 인디 기타 사운드까지 다채롭게 녹여냈다. 이러한 재발매에는 분명 향수의 요소가 깃들어 있을 터.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앨범을 가장 좋아할까?
로는 능글맞게 웃으며 답한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펫 숍 보이스 앨범 세 장은 바로 이번에 재발매되는 앨범들이에요."
테넌트도 웃음을 터뜨린다. "예전에 라이자 미넬리와 프로모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나는데, 그녀는 어떤 질문이든 신보 이야기로 연결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예를 들어 '어머니와 함께 성장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겠네요...'라는 질문에 '아, 어머니도 이 새 앨범을 정말 좋아하셨을 거예요. 춤추는 걸 정말 좋아하셨거든요!'라고 답하는 식이죠." 다시 한번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처럼 그들은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들은 고급 문화에 발을 들인 것에 대한 몇몇 부정적인 평가에도 아랑곳없이 여전히 자신만만하다. ("허세 부리는 팝스타들로부터 우리를 구원하소서"라고 《더 타임스》는 2014년 앨런 튜링을 주제로 한 그들의 프롬 공연을 평했다.) 테넌트는 "우리는 또 다른 발레 공연을 하고 싶어요. 뮤지컬 작품도 다시 한번 해보고 싶고요. 단순히 하나씩 해보는 게 아닙니다. 형식적인 절차를 밟는 것이 아니에요."라고 말한다.
물론 그들이 첫사랑인 팝 음악을 버릴 리는 없다. 지금처럼 팝 음악의 위상이 높은 때에 그럴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테넌트가 《스매시 히츠》의 부편집장으로서 록 음악에 맞서 팝 음악의 편에서 진지하게 인정받기 위해 싸워야 했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그는 이제 "팝이 대세"라고 단언한다. 콜드플레이를 예로 들며 "처음에는 새로운 트래비스, 그다음에는 새로운 U2로 불리더니 어느 순간 팝 음악을 만들고 있더군요."라고 덧붙인다.
이 듀오는 브라이튼 프라이드와 베스티벌 등 여름 페스티벌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다. 특히 기상천외한 의상으로 유명한 베스티벌에서는 이전 무대에서 뾰족한 고깔모자, 글리터볼, 추기경 예복 등을 선보였던 테넌트와 로조차도 가장 독특한 차림의 군중 속에 묻히는 진풍경이 연출될 것이다. 2006년 베스티벌에서 마지막으로 공연했을 당시, 그들은 공연 직후 핀란드로 날아가 또 다른 페스티벌 무대에 섰는데, 그곳의 헤드라이너는 그들이 최근 리믹스했던 "Hallo Spaceboy"의 원곡자, 바로 데이비드 보위였다.
"우리가 공연하기 전에 사람들이 벌거벗고 수영하고 있었어요." 테넌트가 말한다. "우리가 'Go West'를 연주할 때, 거대한 배가 지나가면서 뱃고동을 울렸죠. 정말 놀라웠어요. 그러고 나서 우리는 보위의 공연을 잠깐 보러 갔는데, 그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다음 곡을 펫 숍 보이스의 닐 테넌트에게 바칩니다. 곡 제목은 "Queen Bitch"입니다!' "
웃음이 잦아들자, 그들은 뻔뻔하게도 대화의 방향을 다시 재발매 이야기로 돌리려 한다.
"닐이 이 책자들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봐야 해요." 로가 앨범에 함께 제공되는 라이너 노트를 언급하며 말한다. 테넌트가 이 작업을 총괄했다.
"마치 《Dairy Book of Home Management》를 만드는 것 같았어요." 테넌트가 말한다. "사실 그것보다 더 끔찍했을 거예요."
"아니요, 제 인생에서 《Dairy Book of Home Management》보다 더 끔찍한 일은 없을 거예요." 테넌트는 몸서리치며 말한다. "그건 가정 백과사전이었어요. 모든 걸 10주 안에 끝내야 했는데 저는 아무 것도 아는 게 없었어요. 요리나 혹은..."
"전선 연결하기." 로가 말한다.
"책에 실린 도표를 잘못 그렸어요." 테넌트가 다시 한번 몸서리치며 말한다. "아마 활선과 중성선을 헷갈렸던 것 같아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겠어!" 로가 말한다.
그로부터 몇 년 뒤인 1981년, 테넌트는 런던 남서부 킹스로드의 한 전자 제품 가게에서 로를 처음 만났다. 테넌트는 두 사람이 댄스 음악과 "런던에 온 북부 사람"이라는 공통점으로 금세 가까워졌다고 회상한다. 테넌트는 뉴캐슬, 로는 블랙풀 출신이다. 둘 다 고향 사투리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데, 테넌트는 더럼에 집이 있고 로는 지금도 블랙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두 사람은 히트곡 하나 없던 신인 시절, 음반사로부터 넉넉한 지원을 받았던 밴드 초창기를 추억한다.
테넌트는 "1985년, 팔로폰에서 처음 작업한 곡이 'Opportunities (Let’s Make Lots of Money)'였는데, 네 군데 스튜디오를 옮겨 다니며 작업했던 걸로 기억해요."라고 말했다.
로는 "하지만 완전히 실패했죠!"라며 웃었다.
테넌트는 "아마도 9개월 안에 《스매시 히츠》로 다시 돌아가게 될 거라고 생각했을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틀렸다. 그해 말, "West End Girls"는 대서양 양쪽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고, 그들은 순식간에 팝스타가 되었다. 테넌트는 이제 《스매시 히츠》에 글을 쓰는 대신, 그 잡지에 실리는 인물이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22개의 Top 10 싱글, 세 번의 브릿 어워드 수상, 여덟 번의 그래미상 후보 지명이라는 기록을 쌓은 그들이 여기 있다. 36년 동안 함께 해왔지만, 활동 중단은 물론 불화설조차 없었다. "우리는 싸우지 않아요." 테넌트가 말한다. "약간 티격태격하는 정도죠. 음, 오히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둘 다 같이 짜증을 내는 경우가 더 많아요. 제 생각엔 우리 둘 다 약간 자폐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어떤 일에 대해 설명을 듣고 이유까지 다 알았는데, 나중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면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건지 이해가 안 돼서 정말 답답해지죠."
테넌트는 1994년 커밍아웃했고, 로 역시 동성애자라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지지만, 두 사람 모두 사생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다. 테넌트는 "어떤 사람들은 사생활을 공개하길 좋아하죠. 요즘 팝스타라면 그래야만 하고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사적인 이야기는 이미 노래 속에 녹아 있어요. 굳이 사생활을 들춰내 설명할 필요는 없죠. 오히려 모르는 게 더 흥미를 끌고요. 밥 딜런의 사생활을 우리가 얼마나 알고 있나요? 그래서 더 신비롭고 매력적인 거죠. 사생활을 속속들이 알게 되면 오히려 시시해질 수도 있어요. 노래와 삶, 향수, 의류 사업, 리얼리티 TV 출연까지, 모든 것이 획일적인 공식처럼 흘러가 버리니까요."라고 덧붙인다.
계속되는 질문에 테넌트는 엄격한 가톨릭계 남학교에서 보낸 학창 시절을 회상했다. 이는 특히 "It's A Sin"을 비롯한 그들의 여러 곡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이제는 그 시절을 완전히 극복한 것 같아요. 1983년에 'It's A Sin'을 쓸 때만 해도 학교를 졸업한 지 11년밖에 안 되었지만, 지금은 그때 일을 거의 떠올리지 않아요. 사람들은 'It's A Sin'을 심각하게 받아들였지만, 저는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썼어요. 정말 순식간에 완성한 곡이었죠. 지금은 라이브 공연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가 되었지만, 곡을 쓸 당시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어요."라고 말했다.
로의 어린 시절은 테넌트와는 정반대였다. 로는 "블랙풀은 특이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밖에 없는 곳이에요. 오락실, 나이트클럽, 휴가 온 사람들, 플레저 비치… 그게 일상이었으니까요."라고 이야기한다. 쇼 비즈니스는 그의 가문 내력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무용수였고, 외할아버지인 시드 플러드는 1960년대 라스베이거스에서 장기 공연을 했던 코미디 음악 그룹 '니트위츠'의 멤버였다.
여기서 우리는 로의 무대 위 모습, 즉 늘 키보드 뒤에서 무뚝뚝한 표정을 짓는 그의 유명한 페르소나의 비밀을 엿볼 수 있다. 테넌트는 '니트위츠'의 온라인 영상을 보았던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 영상을 보고 확신했어요. 그 무뚝뚝함은 가문의 내력이었던 거예요! 로의 외할아버지도 똑같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계시더라고요! 정말이지 똑같은 모습이었어요!"
로의 무대 위 모습은 철저한 '연기'였다. 거의 40년 동안 그와 함께 음악 활동을 해온 테넌트처럼, 로 역시 무대 뒤에서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음이 분명하다. 테넌트는 로의 조부모님과 쇼 비즈니스에 대해 나눴던 대화를 기억했다. "로의 할머니께서 저에게 '아, 이 얼마나 멋진 인생인가요!'라고 말씀하셨죠."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말 그렇습니다, 라고 대답해 드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