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렬한 Pet Shop Boys 팬들을 위한: 크리스 로 인터뷰 전문(번역)
원문: For Hard-Core Petheads: The Lowe Interview In Full —The Atlantic(2009.6.5)
by The Daily Dish(Andrew Sullivan)
두 번째 이야기는, 종종 과소평가되는 크리스 로 편 입니다.
앤드루 설리번: 크리스 씨, 명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시는 것 같군요.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크리스: 네, 맞아요. 왜 사람들이 명예를 그토록 갈망하는지 이해가 안 돼요.
AS: 하지만 특히 팝 음악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명예를 갈구하죠.
크리스: 그들은 참 어리석은 것 같아요.
AS: 크리스 씨는 한 번도 완전히 대중에게 노출되어 숨고 싶어 한 적이 없잖아요. 항상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면을 쓰고 있었죠.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하게 되셨나요?
크리스: 아마도 강한 수치심 때문이었을 거예요. 저는 스스로를 비난하는 성향이 강해서, 대중의 시선에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싶었어요.
AS: 수치심이라고 하셨는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느끼셨나요?
크리스: 글쎄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스로에게 수치심을 느낄 수 있잖아요. 사실 대학교 때 친구들에게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한 친구가 저를 보러 기차를 타고 찾아온 적이 있었는데, 기차에서 내려서 가방에 있던 지도를 꺼내보지 못했다는 거예요. 너무 부끄러워서 그랬대요. 그래서 길을 잃고 한참을 헤매다가 저를 찾아왔죠. 스스로를 너무 부끄럽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AS: 관광객처럼 보일까 봐 그랬다는 거죠?
크리스: 네, 맞아요. 마치 관광객처럼 보일까 봐 걱정했던 거죠. 그래서 잘못된 길로 들어섰고, 몇 시간이나 헤매다가 제게 도착했어요. 글쎄요, 어쩌면 그런 경험에서 비롯된 생각일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명성이라는 게 참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AS: 익명성을 더 좋아하시는 것 같네요. One of the Crowd라는 노래가 생각나네요. 제게는 크리스 씨의 음악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노래 같아요.
크리스: 네, 맞아요.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완벽한 노래는 아니지만, (웃음) 제목만큼은 여전히 공감이 가요.
AS: 록앤롤에 대한 깊은 반감이 느껴지는데요.
크리스: 맞아요, 앨범을 홍보하고 TV에 출연하면서도 사생활을 지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사람들에게 제가 뭘 하고 싶은 건지 설명하기도 쉽지 않고요. 사실 저는 은둔생활을 하고 싶지만, 앨범을 홍보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건 쉽지 않아요.
AS: 엄청난 부를 얻고, 멋진 곳에서 살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살고 싶다는 상상을 해본 적 없나요? 그런데도 계속 음악 작업을 하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해요.
크리스: 음악 만드는 걸 정말 좋아해서 그래요. 스튜디오에서 앨범 작업을 하고, 라이브 공연을 하는 것도 너무 즐거워요. 이 일이 우리에게는 일이 아니라 삶 그 자체예요. 덕분에 많은 행복을 느끼고 있죠. 펫 숍 보이즈를 계속하는 원동력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앨범을 발표하면 홍보를 해야 하고, 그러려면 어느 정도 대중에게 알려져야 하잖아요. 최근에 가디언 잡지 패션 화보를 찍었는데, 그건 좀... (웃음)
AS: 크리스 씨는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으셨잖아요.
크리스: 네, 멋진 화보 촬영을 즐기는 편이에요. 사진작가와 함께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건 정말 재미있죠. 하지만 그건 단순히 앨범 홍보를 위한 수단일 뿐이고, 명성을 얻기 위한 건 아니에요.
AS: 펫 숍 보이즈 노래에 의도적인 유머가 많다고 생각되는데, 사람들을 웃기려고 노력하는 건가요?
크리스: 네, 저희는 음악에 유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몇 안 되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AS: 그런 아이디어는 주로 누구에게서 나오나요?
크리스: 대부분 닐에게서 나와요. 저는 가사 작업보다는 음악적인 부분에 더 집중하는 편이에요.
AS: 가사를 맡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다른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얻나요? 펫 숍 보이즈 음악에는 묘한 균형감이 있어서 정말 매력적인데, 둘이 너무 달라서 그런 것 같아요. 닐은 고급스러운 가사를 쓰는 작곡가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데, 당신은 혁신적인 음악을 만들잖아요. 닐에게는 에너지와 슬픔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크리스: 네, 그렇게 보면 펫 숍 보이즈를 잘 설명한 거예요. 희망적인 댄스 리듬과 함께 쓸쓸한 감성이 공존하는 게 우리 음악의 특징이죠.
AS: 펫 숍 보이즈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들었다 놨다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한 순간에는 희망을 주다가도 다음 순간에는 슬픔을 안겨주죠.
크리스: 펫 숍 보이즈 사운드를 흉내 내려면 드럼 비트에 A 마이너 코드만 얹어도 비슷하게 들릴 거예요. "와, 펫 숍 보이즈 같다!"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실제로는 훨씬 복잡한 과정이지만요.
AS: 첫 앨범을 만들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음악 제작 기술이 많이 발전했는데,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크리스: 처음에는 닐이 가지고 있던 단음 신시사이저로 연주하고, 어쿠스틱 기타에 맞춰 테이블을 두드려 드럼 소리를 냈어요. 정말 간단한 장비로 시작했죠. 그러다가 어느 날, 캠든에 있는 데모 스튜디오에 갔는데, 그곳에는 드럼 머신, 작은 드럼 박스, 신시사이저, 피아노, 그리고 물론 데스크가 있었어요. 그래서 데모가 조금 더 나아지기 시작했죠. 하지만 여전히 상당히 아마추어 같았어요. 그리고 우리는 뉴욕으로 갔죠...
AS: 그리고 나서 Bobby O [West End Girls의 프로듀서]와 작업하셨죠.
크리스: 재밌는 건 모든 소리가 에뮬레이터로 만들어졌다는 거예요. 다른 곡에서 샘플링한 소리들을 조합해서 썼죠. 예를 들어, 드럼은 'Let's Dance'에서 가져왔고, 베이스는 제임스 브라운 곡에서 샘플링한 것 같아요. 모든 걸 수동으로 연주했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지금 생각하면 정말 단순한 방식으로 곡을 만들었던 거죠.
AS: 지금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크리스: 우리는 기술을 단순히 음악적인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도구로 생각해요. 기술 자체에 집착하기보다는, 빠르게 음악을 만들고 싶어 하죠. 기술에 너무 의존하면 오히려 창의성을 잃어버릴 수 있잖아요. 펫 숍 보이즈에게는 노래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기술은 단지 도구일 뿐이에요.
AS: 저는 테크니컬한 음악이 오히려 노래의 분위기를 더 살려준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착각한 건지, 어떤 곡에서 '닥터 후' 테마곡이 들리는 것 같았어요.
크리스: 아, 그런가요? 그 리듬이 '닥터 후' 테마곡과 비슷해서 그렇게 들리셨나 봐요. 저희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 리듬을 연주하면 누구나 '닥터 후'를 떠올릴 수밖에 없죠.
AS: 그 시대 영국 사람들은 그 리듬만 들어도 '닥터 후'를 떠올릴 거예요. 그런데 베리 화이트 샘플도 사용하셨던 것 같아요.
크리스: 네, It May Be Winter Outside에서 사용했죠.
AS: Positive Role Model의 시작 부분에 샘플이 있었어요.
크리스: 그 곡에는 베리 화이트 샘플이 없습니다. 우리는 Closer to Heaven의 한 곡에서 베리 화이트 샘플을 사용했는데...
AS: Positive Role Model은요?
크리스: 네, 맞네요. 당신이 저보다 더 잘 아는 것 같아요. 오히려 제가 당신에게 질문을 받아야 할 것 같네요.
AS: 저는 펫 숍 보이즈에 너무 깊이 빠져서 슬플 정도예요.
크리스: 저도 잘 모르는 게 많아요. 한번 팬들과 만난 적이 있는데, 제가 펫 숍 보이즈에 대해 잘 모른다는 걸 알고는 저를 무시하더라고요. 마치 제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처럼. 웃기지 않나요?
AS: 맞아요. 펫 숍 보이즈는 마치 팬들만의 것이 된 것 같아요.
크리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제는 저와는 별개의 존재가 된 것 같아요.
AS: 미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크리스: 글쎄요, 미국에서 펫 숍 보이즈를 제대로 모르는 건 큰 손해죠. [웃음]
AS: 크리스 씨는 미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Go West처럼 미국적인 낙관주의를 노래하는 곡도 있잖아요.
크리스: 맞아요. 재밌는 건 그 노래를 만든 사람이 프랑스인이라는 거죠. [웃음]
AS: 프랑스인들은 미국에 대한 이상적인 모습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죠. 미국을 숭배하기도 하고, 동시에 비판하기도 하지만요.
크리스: 그렇죠. 미국에 대한 질문이 뭐였죠?
AS: 미국에 자주 오시나요?
크리스: 펫 숍 보이즈는 미국에서 데뷔했어요. West End Girls도 미국에서 처음 인기를 얻었고, 로스앤젤레스 K-Rock에서 처음 방송되었죠. 뉴욕에서도 방송했는데, 라디오 이름이 기억나지 않네요. 미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지만, 라디오 방송은 예측 불가능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K-Rock에서 Blue Monday를 더 이상 틀지 말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미국 음악 시장은 변덕스러운 면이 있죠.
AS: 조금 바뀌지 않았나요?
크리스: 인터넷 덕분에 모든 것이 많이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라디오의 힘이 예전만큼 강하지 않은 것 같아요.
AS: 네, 더 심하게 바텀업(거꾸로) 되었죠.
크리스: 거꾸로(tits up) 됐군요.
AS: 뭐라고 하셨어요?
크리스: 거꾸로(tits up)라고 했어요. 죄송합니다. 금요일 밤이라 조금 엉뚱해졌네요. 아마 미국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겠죠? "모든 것이 거꾸로(tits up) 돼버렸어."
AS: 네, 'tits up'은 미국에선 마치 'cock up' 같은 거예요. 매우 영국적인 표현이죠. 몇 년 전에 처음으로 여기(미국) 사무실에 왔을 때, 아직 미국 속어에 익숙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 친구인 직장 동료가 다른 사람에게 "어젯밤에 그 남자와 데이트를 하려고 했는데, 그 사람에게 방귀를 뀌어버렸어(blew him off, 미국에서는 바람맞히다는 의미로 씀)."라고 말하는 거예요.
크리스: (크게 웃음) 네. 음.
AS: 네, 제 눈썹이 조금 올라갔어요.
크리스: 어디에 사세요?
AS: 워싱턴에 살아요.
크리스: 오, 워싱턴! 와, 거긴 어떤가요?
AS: 아, 저는 여기서 여러 해 살았어요. 정말 좋아한답니다.
크리스: 맞아요, 봄에요, 제가 봄에 가봤는데, 정말 끝내주죠, 그렇죠? 나무에 핀 꽃들이 정말 장관이에요. 워싱턴은 참 다채로운 매력이 있는 도시인 것 같아요.
AS: 네, 정말 아름답죠. 당신도 여기 왔었잖아요. 몇 년 전, 그러니까 91년 첫 투어 때 AU 체육관 같은 곳에서 당신을 봤었어요.
크리스: 아, 맞다!
AS: 사람들이 막 열광하면서 뛰어다니고…
크리스: 맞아요. 그때가 저희가 워싱턴에 처음 왔던 때였나요?
AS: 네, 그리고…
크리스: 아, 맞아요. 그때 이후에 정말 허름한 클럽에 갔었는데, 어찌나 위험해 보였던지 몰라요. 실제로 위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분위기가 너무 무섭게 느껴졌어요.
AS: 정말요? 91년도에는 정말 위험했을 수도 있겠네요.
크리스: 네, 약간 가정집을 개조한 클럽 같은 곳이었는데, 좀 섬뜩했어요.
AS: 80년대 후반에 이 근처에 아주 유명한 오래된 하우스 클럽이 하나 있었는데, 이름이 클럽하우스였어요.
크리스: 아, 혹시 거기였을 수도 있겠네요. 아마 거기였을 거예요.
AS: 주로 흑인들이 많이 가는 곳이었던 것 같아요.
크리스: 네, 그냥 동네 분위기가 좀 험악하게 느껴졌어요.
AS: 당신들의 음악은 게이 문화의 여러 측면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로는 남자들을 위한 하드코어 음악 같은 면도 있고, 펫 숍 보이스 음악에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균형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하죠.
크리스: 음, 저는 소위 '남자 음악'이라고 할 만한 음악을 좋아해요. 예를 들어 프로디지라든지, 엄청 신나는 테크노 음악처럼 여자들이 보통 별로 안 좋아하는 음악 있잖아요. 좀 속물적인 얘기일 수도 있지만,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그래서 펫 숍 보이스 음악에도 그런 남성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에요.
AS: 오랜 시간 동안 클럽 음악은 정말 많은 변화를 겪어왔는데요. 그런 변화에 맞춰가려고 노력하셨나요? 어떻게 그런 흐름을 따라가시는지 궁금하네요.
크리스: 음, 저희는 클럽 가는 걸 좋아해요. 최근에는 그렇게 많이 다니진 않았지만… 그러다가 팝 음악이나 이탈로 디스코를 트는 클럽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런던의 요즘 유행하는 클럽들은 더 이상 주류 클럽 음악을 틀지 않아요. 모두 다시 80년대 음악으로 돌아간 거죠. 그리고 일렉트로클래시 음악도 있고,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걸스 얼라우드를 트는 클럽도 있어요. 지금은 훨씬 더 다양해졌어요. 그러니까, 하우스 음악이 처음 나왔을 때는, 그게 전부였어요. 하우스 음악밖에 없었죠. 지금은 좀 더 흥미로운 클럽 문화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AS: 새벽 늦게까지 있어야 하지 않나요? 언젠가는 좀 질리지 않나요? 저는 클럽 가는 걸 그만뒀거든요.
크리스: 클럽이 별로라서 그만두신 건가요?
AS: 음, 사실 저는 결혼해서 클럽 가는 걸 그만뒀어요.
크리스: 뭐, 그럴 수 있죠. 저는 매년 이비자에 가는데, 거기선 정말 신나게 놀거든요. 아무 문제 없어요. 그런데 베를린에서는 사람들이 댄스 음악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정말 엄청 난해한 전자 음악 트는 데를 갔었는데, 너무 어려워서 도저히 춤을 출 수가 없는 거예요. 다들 그냥 멀뚱멀뚱 서 있었죠. 저는 속으로 ‘아니, 이건 좀 너무 간 거 아니야?’ 싶었어요. 그냥 무슨 지식인들 모임처럼 서서 얘기만 하고 있더라고요.
AS: 사실은 소리 지르고 있죠. 당신들의 대표적인 댄스곡들은 클럽에서 틀도록 만들어진 건가요?
크리스: 모르겠어요, 그게 문제예요. 댄스 음악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한 건데, 요즘 많은 댄스 음악은 너무 진지해요.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와 프로그레시브 테크노가 나왔을 때도 좀 진지한 분위기였지만, 모든 건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런던에 ‘시크릿 선데이즈’라는 아주 멋진 클럽이 있는데, 일요일 오후에 야외에서 열리고, 주로 이탈리아 사람들이 가는데, 다들 멋있고,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고, 인생은 파티고, 음악에 완전히 빠져서 열광하죠. 저는 그럴 때 댄스 음악이 정말 환상적이라고 생각해요.
AS: 어쩌다 보니 블랙풀에서 그런 분위기를 접하면서 성장하셨군요.
크리스: 아무래도 블랙풀에서 자란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왜냐면 제가 거기서 유리컵 치우는 일, 그러니까 웨이터 보조 아르바이트를 했었거든요.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신나 하는 걸 보면서 저도 음악 들으면서 컵 치우는 게 재밌었어요. 그래서 좋은 노래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홀에 나가서 컵을 치우곤 했죠. 왜 그런 거 있잖아요…
AS: 미국에서는 웨이터 보조를 버스 보이(busboy)라고 하죠.
크리스: 버스 보이가 그런 뜻이었어요? 저는 버스 보이라고 하면 스튜디오 54에서 핫팬츠 입고 다니는 사람 이미지가 딱 떠오르는데.
AS: 그건 버프 보이(buff boy)겠죠. [웃음] 혹시 가죽 바(leather bar) 같은 데 가본 적 있으세요?
크리스: 예전에 문 닫기 직전에 마인샤프트에 간 적이 있어요. 정말 관광객처럼 간 거였죠. 텅 비어 있고 좀 우울한 분위기였지만, 제가 알기로는 자선 단체로 운영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자선 단체 자격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그런 곳에 가본 건 그때가 유일해요. 한때는 잘나갔을 법한 텅 빈 욕조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이 정말 안타까웠어요.
AS: 골든 샤워도 이제는 끝났군요.
크리스: 아, 그 진짜 좋은 노래인데, 아세요? 제목이 뭐였더라? 가사에 ‘골든 샤워’ 얘기가 나오는데… [노래 한 소절을 흥얼거리다가 닐에게 물어보러 간다. ‘그 골든 샤워 나오는 노래 뭐였지?’ 하고 물어보고 돌아온다…] 프랭크 자파! ‘타워 오브 파워’에 대한 노래였어요… 모르세요? 아, 진짜 명곡인데. 이야기가 왜 이렇게 흘러왔지? 그 노래는 여장 남자(트랜스베스타이트)에 대한 내용이에요. 정말 웃긴 곡인데, 음악에서 유머를 논하자면, 70년대 후반 프랭크 자파, 앨범 커버에는 아랍인 복장을 하고 있죠. 남자 이름인데… 아마 이 얘기 끝나면 딱 떠오를 거예요.
AS: 음악에 유머를 담을 때,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준, 롤모델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있나요?
크리스: 아니요, 그건 그냥 저희 스타일이에요. 누구한테 영향을 받은 건 없어요. 사실 음악에 유머를 넣는 게 보통은 좀 별로잖아요, 안 그래요? 그리고 저희는 딱히 농담을 하거나 하진 않지만, 닐이 쓴 가사 중에는 꽤 재밌는 게 좀 있죠. 곧 나올 B사이드 곡에 정말 킬링 가사가 하나 있는데, “자뻑에는 아주 도가 텄지만 / 주 중에는 완전 꽝이지.” [웃음] 보노한테선 절대 들을 수 없는 가사죠!
AS: 제가 들어본 것 중에 제일 웃긴 건, 사실 당신들이 커버한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이에요.
크리스: 그건 웃기려고 만든 게 아닌데요. [웃음]
AS: 그 진지한 노래를 완전히 풍자해서 훨씬 더 재밌게 만들어놨잖아요. 제가 잘못 짚은 건가요?
크리스: 뭐, 굳이 보노랑 척을 지고 싶진 않네요.
AS: 이미 척을 졌잖아요. 보노를 깠었잖아요. 당신들의 에미넴 패러디 곡은 진짜 웃겼어요. How Can You Expect to be Taken Seriously?에는 스팅이 등장하고요. 제 말이 틀린가요?
크리스: 그건 스팅에 대한 노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여러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요.
AS: 이제 와서 다 부정하는군요.
크리스: 네, 네, 지금 화제를 돌리려고 하는 거예요… 어쨌든, 저희는 유머를… 그러니까 유머는 주로 닐 담당이죠.
AS: 일부러 게이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기도 하나요? 물론 당신들의 노래가 단순히 그런 의미만 담고 있는 건 아니고 훨씬 더 복잡하고 흥미롭다는 건 알지만, 꽤 꾸준히 게이들을 위한 노래라고 여겨질 만한 곡들을 발표해 왔잖아요. 당신의 음악을 그런 시각으로 보나요?
크리스: 아니에요, 오히려 저희는 축구 훌리건 팬들을 좀 겨냥하는 것 같아요. [웃음] 축구 경기장 응원석 같은 분위기를 노리는 거죠. 아니, 저희는 응원가 스타일의 노래를 좋아하고, 응원가는 그냥 응원가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특정 청중을 의식하고 만들지는 않아요. 물론 노래가 나오면 듣는 사람들이 생기겠지만, 일부러 누구를 딱 정해놓고 만들지는 않는다는 거죠.
AS: 네, 하지만 예를 들어 Go West 같은 곡은 좀 다르잖아요.
크리스: 아, Go West는… 닐, 우리 그때 맨체스터에서 뭐 하고 있었지? 아, 맞다! 데릭 저먼 전시회가 있었고, 뒤풀이 파티가 있었는데, 거기서 커버 곡 하나 하면 재밌겠다 싶었던 거예요. 저는 그 노래 자체가 정말 좋다고 생각했고요. 원래 그 노래가 만들어졌을 때는 더 나은 삶을 찾아 서부로 간다는 의미였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그 의미가 달라졌잖아요. 그 낙관적인 정서가 어떻게 변했는지, 90년대에는 어떤 의미를 가질지 생각해 봤고, 그래서 그 노래 안에 어떤 슬픔 같은 게 내재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AS: Fundamental은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슬프고 불안한 앨범이고, Love Etc는 그런 분위기를 훌훌 털고 '젠장, 신나게 놀아보자!' 하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그런 흐름의 일부라고 봐도 될까요?
크리스: 네, 맞아요. Fundamental 때는 실제로 다루고 싶은 주제 목록을 쭉 적어놨었는데, 이번 앨범은 그냥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신나는 팝송들을 막 썼어요. 왜 그렇게 됐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신나고 밝은 팝송을 많이 만들고 있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죠. 저희는 항상 전작에 대한 반작용 같은 걸 보이는 것 같아요. 그게 어디서 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 당시의 기분이나 감정에 따라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때는 감시 사회나 신분증 제도 같은 것 때문에 엄청 짜증이 나 있었거든요.
AS: 딱 하나만 여쭤볼게요. 이제 우울한 기분은 좀 가셨나요? 이번 앨범의 우울한 분위기에 당신이 영향을 준 건가요?
크리스: [잠시 생각에 잠긴다] 저희 둘 다 여러 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조울증 같은 건 절대 아니고요. 음… 제 생각에는, 세상을… 아, 이렇게 심각한 얘기 하는 거 정말 질색인데… 있잖아요, 맥주 몇 잔 걸치면 푸념 좀 늘어놓을 수는 있죠.
AS: 지금 옷은 뭘 입고 있어요?
크리스: 오늘은 완전 미국 스타일로 입었어요. 하얀색 랄프 로렌 폴로 티셔츠에 D스퀘어드 청바지, 그리고 아디다스 운동화… 아주 폼 나 보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