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용

문신남

몇 년 전부터 이레즈미 문신을 한 젊은 남자를 길거리에서 자주 본다. 팔과 다리 전체에 걸쳐 타이즈를 착용한 것 마냥 복잡한 도안을 물들여 놓았는데 모양이 흡사 물고기 비늘 같기도 한 그것. 인터넷에서 밈으로 떠돌던 "양아치 패션"을 한 남자들이 주로 이 문신을 하는 것 같다. 수도권 외곽 중심가로 갈수록 빈도가 잦은 것 같기도 하고. 보통은 어떤 아이템이 유행하면 유행을 분석한 글들을 보면서 납득하곤 하는데, 이 경우엔 어떤 글을 봐도 다들 당사자성 없이 추측에 불과한 글밖에 없었다. 한 명품 브랜드에서는 브랜드 이미지 보호 차원에서 이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의 판매를 중지하기도 했다는데, 아무도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따라 하고 싶어 하지도 않고 수면 위로 올리고 싶어 하지도 않지만, 존재감 만은 상당한 느낌.

과거에는 이 이레즈미 문신을 조폭 문신이라고 했다. 조폭이 이레즈미 문신을 하는 이유는 단순 멋의 목적만은 아닐 것이다. 위협감을 주고 불량함을 드러내기 위한 기능적 목적이 훨씬 클 거로 생각하는데, 아마 그런 목적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조직 차원에서 장려하는 문화가 형성되었을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런 문신을 하는 젊은 남자들이 그저 패션으로 그런 문신을 했을 것 같지 않다.1 그렇다고 그들이 전부 조폭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렇게 부르지만 않을 뿐 그들의 유전자가 이어진 어떤 경제 조직 형태에 그들이 고용된 건 아닐까 싶다. 과거 유흥가를 중심으로 성행하던 조폭들은 지금 수도권에서 어떤 사업으로 연명하고 있을까. 그들이 종사하는 업이 최근 몇 년 사이의 사회 구조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있기에 사람들이 증가를 체감하는 걸까.

조폭 같은 어둠의 경제 조직은 불황이 아닌 거품을 먹고 성장한다고 한다. 문재인 집권 시기 늘어난 유동성으로 생겨난 반짝 버블과 맞물려 거칠고 자만한 젊은 남자들이 할 일은 뭐였을까. 알고 싶기도 하고, 별로 알고 싶지 않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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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물론 문신을 유니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들 사이에서는 그것도 하나의 패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교복 입은 학생들끼리만 있을 때도 그 중 누군가는 그 속에서 또 멋을 부린다. 그래서 멋있어서 했다는 당사자가 있어도 분명 틀린 말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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