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용

커피 끊게된 이야기

카페인 커피는 몇 년 전 왼쪽 눈에 망막질환이 생기면서부터 자제하고 있었다. 망막질환은 당시 나빠지고 있던 건강이 피크를 찍은 것과 같았다. 주기적으로 '뒤집어지는' 피부염과 두피 모낭염 때문에 이미 피부과를 다니고 있었고, 피부과에서 처방받은 항생제 등으로 소화기관도 정상이 아니었다. 원래도 과민성대장증후군 끼가 있었는데 그 상태가 더욱 나빠졌고, 목, 허리, 어깨, 엉덩이, 고관절, 손가락, 손목 등 관절염 때문에 팔을 올리거나 옷을 갈아입기 힘든 시기도 있었고, 수 개월을 의자에 제대로 앉지 못하던 적도 있었다. 그 외에도 구내염과 구순염, 편도선염, 인후염, 대상포진, 건선, 비염, 알레르기 등등 염증이 생기는 온갖 질환은 다 생겼던 것 같다. 그래서 나를 스스로 '염증맨'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영양제도 많이 먹었다. 비타민, 미량 원소, 건강 보조 식품들도 효과가 있다면 경제적 여건이 허락하는 한에서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지만, 효과가 있는 것은 없었다. 식이 요법도 빠질 수 없다. 장이 예민하니 뭐만 먹었다 하면 설사를 했기 때문에 먹는 것에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가공식품을 끊어보기도 하고, 유제품을 끊어보기도 하고, 당을 끊어보기도 하고, 밀가루를 끊어보기도 하고, 지방을 끊어보기도 하고, 콜레스테롤 음식을 끊어보기도 하고, 글루텐을 끊어보기도 하고, FODMAP을 끊어보기도 하고, 탄수화물을 끊어보기도 하고, 단백질을 끊어보기도 하고, 첨가물을 끊어보기도 하고, 저 히스타민 식이, 저 니켈 식이 등등...대부분 효과가 없거나 효과가 있어도 지속하기가 힘들었다. 결과적으로 안 먹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었으니까. 저런 짓거리를 올해 초 까지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그 어떤 건강 보조 식품도 섭취하고 있지 않고, 딱히 특정 식이 요법을 실천하고 있지도 않다. 평범한 식사를 하고 그저 매일 식후 산책을 한다. 걷는 게 목적이라기보다는 햇빛을 보는 게 주목적이다. 선크림도 바르지 않는다. 최소 10분에서 20분 정도 산책을 하면서 햇빛에 피부를 노출시킨다. 이 루틴을 실천하면서 전신의 관절염이 서서히 차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관절염은 좋아졌지만 그렇다고 다른 모든 질환이 사라진 건 아니니 식이요법에 대한 생각도 계속하고 있었다. 특히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작년 무렵부터 설사형에서 변비형으로 변모했다. 커피를 끊어보자, 생각한 것도 식이요법의 일환이었다. 사실상 카페인은 끊었지만 커피는 마시고 있었다. 디카페인 커피가 있었으니 굳이 커피까지 끊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커피를 무척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솔직히 검색을 해봐도 커피가 나쁜 건 카페인 때문이지 커피 자체는 항산화 성분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염증에 도움이 된다는 글이 훨씬 많았으니까. 그래서 디카페인 커피를 매일 마셨다. 그 많은 식이요법을 하는 와중에도 커피만은 마셨다. 그래서 커피를 끊는 건 거의 마지막 식이요법이나 다름없었다. 결과적으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은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의외의 소득이 있었다. 목이 쉬는 증상이 사라졌다. 나는 목이 잘 쉬는 편이다. 목을 전혀 쓰지 않는 날에도 목이 쉬는 정도로 잘 쉰다. 그런데 커피를 끊어 보니 신기하게 그게 좋아졌다. 게다가 목이 쉬는 증상만 사라진 게 아니라 피부 건조증도 함께 사라졌다. 더불어 발뒤꿈치 갈라지는 증상, 팔꿈치에 각질이 허옇게 일어나는 현상, 밤마다 피부가 가려워서 긁는 증상까지 함께 사라져서 결국 이게 다 관계된 증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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